필립 파카레는 자연주의 와인의 선구자인 마르셀 라피에르의 조카이자, 떼루아의 순수한 표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현대 내추럴 와인 업계의 거장입니다. 그는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고 야생 효모만을 사용한 발효와 이산화황 무첨가 원칙을 고수하며, 각 산지가 가진 고유의 생명력을 병 속에 온전히 담아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. 특히 북부 론의 가파른 경사지에서 생산되는 이 코트 로티는 파카레만의 섬세한 양조 철학이 투영되어, 지역 특유의 강인함 속에 숨겨진 우아함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.
2020년 빈티지는 검은 과실의 집중도와 화려한 꽃향기의 조화가 매우 탁월합니다. 잔을 채우는 잘 익은 블랙베리와 라즈베리의 아로마에 코트 로티 특유의 베이컨, 후추, 그리고 은은한 제비꽃 향이 층층이 쌓여 복합적인 풍미를 선사합니다. 입안에서는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과 생동감 넘치는 산미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, 긴 여운 속에서 느껴지는 미네랄리티는 이 와인의 고결한 구조감을 완성합니다. 지금 즐기기에도 매력적이지만,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질 숙성 잠재력을 지닌 명작입니다.